교사의 역할?

수업운영

교사의 역할?

phoebe 6 1136 2 0

올해 2학년 우리반은 장난꾸러기, 예술적 감성이 충만한 녀석들이 많습니다.

 

반장 녀석은 공연 예술에 뜻을 두고, 학교간 동아리연합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가장 공들인 무대가 소심한 어느 분이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무산되었지만), 3월 초 '겨울왕곰'으로 스타킹에도 출연했었고

연극 연출이 꿈인 녀석은 작년에 소수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극 WHITE를 써서 학교축제에 올리더니, 올해는 10분 연극제에 다른 창작극으로 출품, 부산청소년연극제에 축제 때의 연극을 업그레이드해서 WHITE 2.0으로 출품, 가을에 다른 창작극으로 교문청소년연극제 출품 예정이고,

다른 녀석은 그 연극 오디션을 통해 자신의 끼를 깨닫고 부모님을 설득, 연기학원에 등록하고,

또 다른 녀석은 연극 무대 디자인 및 포스터 디자인으로 독특한 개성을 표출하고,

우리 반 1등은 녀석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 단편영화제작에 참여하고 , 등등

 

이 모든 일들은 학생들이 알아서 하고 나는 조금 일찍 하교하도록 허락해준 것 밖에 없어 참 대견한 녀석들이죠.

 

다른 녀석들도 창의적인 생각과 자유로운 발상으로 넘 귀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줘요.

때론 당연하게 생각했던 학교 규정이나 나의 생각에 "왜요?"라는 질문으로 당황하게도 하지만, 무례하지는 않거든요.

우리반엔 공부를 좀 한다는 녀석들이 엉뚱한 질문도 잘하고 장난도 잘 쳐요.

난 학교라는 틀 속에서 아이들이 반짝이는 재치를 잃지 않길 바라고 있어요.

 

그런데, 고민은...  나의 허용적인 태도와 아이들의 자유로움이  "면학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어서요.

중심을 잡고 공부할 때 공부하게 해야하는데 넘 마음대로 하게 하는 건 아닌지.

공연과 연극으로 진로가 정해진 녀석들은 그렇다쳐도 다른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 어쩌면 허용적인 척해도 내 자신이 이 자유로운 녀석들을 못 견디고 있는건 아닌지.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학생인데 요즘 달라졌다며 잘 좀 잡아줘야 하지 않겠냐는 다른 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

고민이 되네요.  안 그래도 난 진학지도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서...

 

 

6 Comments
kopro 2014.06.05 09:26  
고3 담임인 저도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왠지 뭔가 갈길을 제시해야 할것 같고, 잘 못 생각하고 있는거는 바로 잡아줘야 할거 같고, 공부를 조금 더 하라고 해야할 것 같고, 그 학과를 가면 나중에 취직이 어려울 것 같고.. 등등.. 사실 저도 아는게 별로 없는데 너무 애들을 제 기준으로 판단하는건 아닌지, 아님 제 기준이 나름 '일반적인 기준'이 맞는건지.. 그래도 중3 정도면 아직 이것저것 해볼 때인거 같기도 하고요. 오히려 일찍 부터 이것저것 해보고 경험하는 녀석들이 대단하네요. 고 3인 이제서야 이것저것 해볼려고 방황하거나, 아직도 뭘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암튼, 행복한 고민인것 같습니다.^^
정사열 2014.06.05 21:36  
교사는 이래야 한다, 저런 능력이 있어야 한다 등의 생각은 일종의 고정관념인데요, 스스로를 모니터 하면서 옥죄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마저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자사고, 특목고 가는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수업 분위기를 진학 이유로 말합니다. 통계적으로 보아 많이 손해인데도 그런 손해를 무릅쓰고 스스로 자유로운 사고와 풍부한 경험을 할 기회를 잘라버리는 진학을 합니다. 선생님의 제자들은 그러지 않아서 부럽고 자랑스럽습니다.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만 원칙으로 지키도록 하면 오히려 모든 아이들에게 득이 되는 상황인 것이죠.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과감하게 자기 표현 하는 친구들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학생들에겐 큰 자산이 됩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완전히 균형을 이룬 교육을 하는 교사란 존재할 수도 없고, 모든 교육은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교육관을 실행하려는 교사가 많을수록 아이들의 사고나 경험의 폭은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받는 교육적 피해는 사실 헤아릴 수 없이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교사가 저마다 독특하고 자유로운 교육을 하면 학창시절 통틀어 그만큼 많은 경험과 사고의 폭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의 교육관에 자부심을 가지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조금씩만 다듬어간다는 생각으로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맘껏 펼치시길 바랍니다. 
강승연 2014.07.01 17:28  
헉... 저 답글을 읽다가 울뻔했어요 ㅠㅠ 정말 그러네요. '면학분위기' 조성하라고 해서 늘 공부하라고는 했지만 '면학분위기'라는 것이 늘 학생들에게 좋기만 한 것인가.. 그렇게 틀에 갇혀 공부하고 남들이 볼때 '바르게'사는 것이 아이들 인생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 한번도 의심해 본적이 없었거든요.
강승연 2014.07.01 17:46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잘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중3 애들한테 자주 제 친구들 이야기를 해줬어요. 제 친구가 정말 아이들 사랑하고, 카리스마 작렬하면서 가르치는 일이 천직인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친구가 교사가 되지 못했어요. 임용고시라는 시험 때문에요. 사회에서는 열정과 적성을 갖춘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그런 점만 보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시험 성적을 본다구요. 암기를 잘 못하고, 앉아서 진득하게 공부하지 못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아무리 필요한 능력을 갖췄더라도 써주지 않는다구요.. 서양화과 가고 싶어하던 친구 이야기도 해줬어요. 진짜 그림 잘 그리는 친구가 수능 점수 때문에 가네마네 하고 있을때, 공부 엄청 잘하면서 그냥 그림 취미로 그리던 친구가 결국 실기점수에서 대충 기본점 받고 수능점수로 커버해서 그 과에 들어갔던 것도요. 뭔가 공부 잘하는 사람에게는 20~30개 대학의 선택권이 주어지는데, 소질만 있는 사람은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참 불합리한데 현실이 그렇다는 이야기. 무작정 공부하라고 하기 싫지만 나중에 너희가 정말로 하고싶은 일을 찾았을 때 그 불합리한 '성적' '학력'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 점은 잘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미래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지내달라고. ㅎㅎ 그리고 커가면서 사회에서 이렇게 안타까운 점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 
고효완 2014.08.05 22:59  

맘이 편치 않다면 학생들에게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겠죠? 자신을 잘 들여다 보고 어떤 말이 하고싶은지 그리고 무엇이 걱정되는지를  1인칭메시지로 전달해야겠죠? 혹시 내 이미지땜에 아이들을 수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수용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수용하는 교육적인 이유가 있는지.. 수용하면서 맘이 만약 불편하다면 그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의 본심을 잘 들여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있을거예요.

버섯돌이 2016.03.24 13:54  
저도 허용적인 교사이지만 어느 정도 아이들을 일관성있게 통제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아이들을 많이 허용해주는게 이해심이 많아서인지 아이들과 부딛치기 싫어서 회피하고 있는지 갈등이 생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스스로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공부하려는 아이들에게 어쨋든 너무 허용적인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피해가 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