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나무를 타자?

정사열의 영어 테크 라이프

다함께 나무를 타자?

정사열 2 458 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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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오기까지는 수억만년이 걸렸습니다. 수억만년동안의 변화와 도전과 시도가 있었을 것입니다. 학교의 역할, 우리 교육이 물고기가 나무에 오르는 교육을 한 적이 있는지 등등의 전제들이 모두 저에게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체계화할 수 있는 교과를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으나 사회화, 관계, 직간접경험, 학습 능력 등을 부수적으로 더 크게 얻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모두 포함한 교육과정의 문제는 단기에 일부의 편견으로 휙휙 바뀌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체계화하기 힘들고 편견이 지배하는 자의적인 ‘의사소통기능’을 중심으로 어느 순간 순식간에 휙 들어온 영어과 교육과정의 폐해 속에서 신음하는 영어교사로서 느끼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우리사회에서 교육을 지배하는 문제는 사실 교육과정을 압도하는 평가의 문제입니다. 여러 동물들의 능력을 나무에 오르기라는 단 한 가지 편협한 기능으로 평가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수능과 내신을 중심으로 한 대학입시 말입니다. 교육과정에서 많이 벗어난 일부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수능이 내신보다는 좀더 나무오르기에 가깝습니다. 교육과정은 교육 내용의 체계화와 학교 교육의 수용 가능성, 그보다 더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지배하는 부수적인 교육효과 등을 놓고 볼 때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최선일 수도 있어요. 문제는 한 가지 잣대를 들이대는 대입으로 인해 교육시스템이 끊임없이 함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 교육 논의의 핵

심이 교육과정보다 입시 제도가 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개성과 꿈, 끼가 입시 위주 교육을 바꿀 대안으로 도입되더니 요즘은 창의성, 4차산업혁명, 융합 등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은 현대적 교육과정이 도입된 학교 교육에서 없었던 적이 없었고, 강조되지 않은 적도 별로 없습니다. 또한 그것을 목적의식적으로 교육한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키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적 포장이요 수사일 뿐이지요. 아인쉬타인이나 애플과 구글의 창업자들이 영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것처럼요. 게다가 그렇게 자극적이고 매력적으로 포장한들 뭐합니까? 


입시의 문제를 그 지배적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교육과정의 변화로 풀려고 하는 시도들은 노상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교육현장의 왜곡과 부담만 증가하게 되는 것이지요.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과 독서활동으로 대표되는 생기부의 폐해 속에서 우리는 허덕이고 있지요. 아이들에게 동아리, 봉사, 독서는 더 이상 즐거운 지적 정서적 공동체적 활동의 자발적 대상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교과예산은 거의 제로인데 넘쳐나는 온갖 목적사업들은 또 어떻습니까? 스포츠, 방과후, 마을만들기, 자유학기, 종합예술... 핵심 교육과정의 예산을 빼서 정치적 수사를 위한 단기 사업에 올인되다시피 하고 있지요. 이제 교사는 교과교육 준비보다 목적사업 수행에 온통 매몰되어 갑니다. 이러니 교과 교육의 부실은 점점 심해지고 있지요. 교과수업시간에는 입시 위주의 ‘나무오르기’ 문제풀이를 하고, 창의, 융합, 진로, 인성 등의 가치들은 체계적이지 못한 목적사업이나 교과외 활동으로 분리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여야 할까요?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인류 역사에서 크게 달라질 수도 없고 함부로 달라져서도 안될 것입니다. 오히려 인류 보편의 지향을 담되 다만 새로운 도구들을 수시로 보충하는 것이지요. 학교 유형의 다변화나 교과 지도의 다변화 수업를 포함해서요. 잡무와 정치와 입시에 포위되어 투항적으로 자신의 교과 지도에서 편협함을 합리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과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투쟁을 시작해야할 절박한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작년에 쓴 글을 옮겼습니다.]

2 Comments
강승연 11.03 20:24  
입시 문제를 지배적 시스템의 변화 없이 교육과정의 변화로 풀려고 하면 실패한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해요~ 근데 정말 연수를 가봐도 그렇고 새 교육과정이(예. 고교학점제) 입시 문제까지도 모두 해결해 줄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현실...(학생들이 진로에 맞는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되면서 대입의 모습이 크게 바뀔것이다ㅎㅎㅎ)
정사열 11.04 15:44  
단순한 교육과정을 토대로 개별 교사들의 자주성에 기반한 교과지도 전문성 실현이 만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교육과정이 자꾸 덧입혀지고 보강되며 말할 수 없이 복잡해져서 교사가 도대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이것은 교육 개혁이 아니라 총체적인 교육 실패라고 생각됩니다. 교육 현장 밖에 권력을 가진 인원들이 많아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지요. 비대해진 교육과정평가원, 교육자치기관들의 특색사업과 특별 기구들, 정책적으로 뭔가 말이라도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하는 가짜뉴스의 시대... 이런 것들을 구성하고 있는 기구, 인원들이 슬림화되어야 교육과정도 슬림화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또 그들은 권력기관이 되었어요. 한 번 잡은 권력은 파괴되지 않는 이상 스스로는 잘 안 없어지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