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실시간 쌍방향' 폭탄을 거두라

정사열의 영어 테크 라이프

'100% 실시간 쌍방향' 폭탄을 거두라

정사열 2 410 4 0

'100% 실시간 쌍방향' 폭탄을 거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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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온라인수업은 세계 유래 없을 정도의 전면적 시행에 성공했다. 위기 극복에 발벗고 동참한 현장 교사들의 교육을 향한 의지와 희생에 더하여, 다양한 플랫폼과 다양한 수업 체제 및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열린 정책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교사들은 드디어 획일적인 주입식 강의 수업에서 전면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했고, 우리 학생들은 다양한 수업 컨텐츠와 다양한 활동을 통한 맞춤형 수업의 수혜를 받으며, 스스로 가장 효과적인 학습 시간, 공간, 수준, 경로를 결정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학습효율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경기도에서는 2학기부터 100%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전면화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동안 100%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강제하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있었고, 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가 있으라는 관리자가 있다는 말에도 참 별나고 희안한 심성을 가진 관리자도 있구나 하고 말았는데, 이게 교육을 책임지는 당국의 정책으로 현실화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런 '일방' '통일'적 지침에 대해 조금은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학년별 온라인 수업 체제 속에서 EBS 강의의 링크만 걸고 마는 경우도 있었고, 젊은 교사에게 온라인 컨텐츠 제작을 일임하는 무임승차 사례도 있었다. 출결 확인만 하고 수업 내용은 보지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어떤 경우이든 존재하는 일탈행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관리자의 장학과 교사의 수업 전략 수정을 통해 개별 대응하도록 안내, 권장할 사안일 뿐, 정말 오랜만에 교육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교육 실천 기회를 사장해버리는 통일적 지침을 통해 해결할 일이 아닌 것이다.


사실 그동안 진보교육감과 문재인 정부 교육부의 교육 정책이 유지하고 있는 입시 중심 교육 기조를 보며 실망스러움이 적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오로지 한줄세우기 수능을 위해 개학을 강행하는가 하면, 온라인수업이 전면화한 상황에서도 교육현장의 인터넷 인프라 구축은 갈라파고스처럼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주입식 방과후 수업은 재개하고 혁신학교는 아직도 일부 학교에 예산과 인적 자원을 몰아주며 언제까지 시범 운영만 할지 알수가 없다. 사교육문제, 대학 서열화 등 직을 걸고 해결해야 할 교육적 책무는 철저히 회피하면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교육 개혁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100% 실시간 쌍방향 지침은 이런 의심을 들게 한다. 그들은 아직도 학생을 강제로 수업에 참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21세기에 아직도 대면수업만 효과가 있는 수업이며 교사의 강의를 모든 학생이 실제로 듣고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강의식, 내용 일방 제시형 수업만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협애한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는가? 혹시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화상회의에 매료되어 그 답답하고 왜곡된 실체를 외면하는 건 아닌가? 혹시나 말인데 민주정부와 진보교육감이 군대식 통일과 일방통행식 효율을 지고한 가치로 두는 건 아닌가?


사실 '실시간 쌍방향'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 과대포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인터넷 여건과 프로그램의 한계로 인해 답답한 딜레이와 혼선이 가득한 화상 수업일 뿐이다. 더우기 질문하는 아이들 수는 오프라인 수업보다 훨씬 제한되어 있으며, 다양한 협업이나 학습 활동,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에 제약이 많아 실제로는 교사의 일방통행식 강의 수업이 주를 이룬다.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이 화상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속도, 자신의 방향으로 학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 효율성, 흥미도, 수업 참여도, 자기주도 등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커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화상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좀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냥 앉아만 있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다.

교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과부하를 유발한다. 일단 자신의 일주일 수업시간만큼 강의와 응답, 그리고 실시간 채팅과 학생 활동 확인 등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진행해야 한다. 질문과 요구는 수업을 마친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그렇다고 온라인수업 준비 부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수업 컨텐츠와 수업 활동 등 온라인수업 준비는 오프라인 수업 준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부하가 큰 온라인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온라인 수업 컨텐츠 제작 및 준비를 내실 있게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국은 준비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강의식 일방 수업으로 뗌질하듯 진행하는 수업이 만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실시간 쌍방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수업 불참' 및 '학습력의 저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될 것이다.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동안 우리 교육이 학생의 특성과 수준에 따른 다변화 교육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우기 학생의 수업 참여와 학습 활동에 제약이 많은 온라인수업 상황에서 학생의 선택과 자기주도성을 보장하는 '다변화' 대신 '실시간 쌍방향' 일변도는 이것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오히려 학생의 선택 폭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서 자연스럽게 수업 참여를 유도하고 학습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하며, 이를 위해 교사가 다양한 수준, 방법, 내용, 방향의 컨텐츠와 활동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의 자율성을 더욱 열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실시간 쌍방향'은 넓어진 교사의 교육 자율성 속에서 중요한 교육 실천의 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교사는 상명하달이 아닌 자신의 교육적 판단에 따라, 상호 소개 및 인사, 온라인 수업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나 대면 협업 등의 이벤트성 활동, 수업 목표 미도달 학생에 대한 개별적, 집단적 독려와 지도 등에 '실시간 쌍방향'을 정말 유용하게 활용할 것이다. 


방과후, 자유학기, 혁신학교 등에도 미동조차 없던 우리 입시 중심 교육이 어마무시한 코로나19로 인해 균열이 생기고 교육의 본질 회복을 희망할 수 있는 불씨가 생겼다. 소중한 이 불씨를 교사의 자율성 확대와 다변화 수업 활성화로 조금씩 키우며 더 확대해갈 일이지 '100% 실시간 쌍방향'이라는 상명하달 폭탄으로 싹을 뭉갤 일은 결코 아니다. 교육당국의 통촉을 바라마지 않는다.


2 Comments
kopro 06.18 11:55  
경기도 100% 쌍방향 으로 한다고요? 자세한 내용은 살펴보지 않았지만 그 전에 지금 온라인 수업은 잘 되고 있고 또 그전에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이런저런 문제가 잘 해결 됐나요? 제 생각에는 아닌거 같은데요. 그리고 또 무리한걸 한다고요?... 방식만 다르지 오프라인 수업과 같네요. 아니 오프라인 수업을 더 어렵고 번거로운 방식으로 하려고 하나 봅니다. 어떤 혼란이나 소동이 벌어질지 그리고 이를 또 뭐라하면서 해결하는척 할지 기대(?)됩니다.
ps>화상 통화도 진작부터 되는 시대에 화상 회의, 화상수업이 뭐 획기적인 거라고.. 위에 책임있는 분들이 너무 모르고 느린거 같아요. 아님 제가 뭘 모르면서 불만, 불평만 많은건가요?
정사열 06.18 12:12  
경기도는 2학기 100% 쌍방향 실시간 수업 전환계획이 왔다고 하고, 서울도 각 학교 교장들에게 이게 가능하도록 장비를 갖추라고 교육감이 보냈어요. 진보교육감이 민선이라 그런지 교육적 관점보다는 외부 눈치를 엄청 봅니다. 이유를 보면 얼토당토하지 않아요. 무슨 무더위 수업 운영 한계, 학교별 수업 격차, 불규칙한 원격수업 참여로 인한 생활지도와 감영병 확산... 이게 도대체 말이야 방구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시간 쌍방향이 학교간 수업격차 해소, 학습공백 최소화, 학습결손 민원해결, 원격수업과 학생평가 연계성 강화 이런 것을 해결할 목적이라니 참 우스워요. 이렇게 단순무식한 사고를 가진 분들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