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지 언어 발달이 늦어진 아들
언제부터 이런 제도가 생긴건지 잘 모르겠지만..
국가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6개월마다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줘서
소아과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간단한 육아교육(?)도 받는다. (이유식 주의사항, 가정 내 안전사고 예방법 같은 것들)
아들이 생후 6개월 때 받은 검사는 그냥 신체적인 것이 다였는데 (키, 몸무게, 양쪽 다리 길이가 같나, 심장은 잘 뛰나 등등)
이번에 돌이 다가와 받은 검사에는 '발달 검사'도 함께 들어가기 시작했다.
근데 검사지를 작성하며 정말 대 충격이었다.
예)
대근육- 한 손으로 가구를 잡고 걸을 수 있나?
인지- 아기가 내는 소리를 엄마가 따라하면, 아기가 다시 그 소리를 따라하나?
언어-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으로 가리킬 수 있나?
엄마에게 엄마/ 또는 아빠에게 아빠라고 부를 수 있나?
... 아니, 이걸 우리 아들이 지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혀 아닌데.
대근육- 이제 겨우 네발로 기기 시작했고
인지- 아들이 무슨 소리를 내서 내가 따라하면 갑자기 말문 닫고 딱 멈춘다 ㅠㅠ
반대로, 내가 말을 알려주고 싶어서 '맘마 맘마' 해봐~ 해도 절대, 단 한번도, 따라한 적 없다.
언어- 원하는걸 가리킨다고? ㅋㅋ 울 아들은 그냥 갑자기 냅다 울어제낀다. 그럼 내가 대충 추측해서 이걸 하고 싶나? 때려맞추는 정도?
발음은 '엄마'라고 분명히 할 수 있지만 의미를 가진 단어는 아니다. 그냥 내내 '엄마엄마' 혼자 소리 내면서 기어다니고
장난감도 엄마, 아빠도 엄마, 밥그릇도 엄마, 그냥 다 엄마다 ㅋㅋㅋ
이건 그냥 일종의 척도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아이의 커가는 속도는 다 다르니까
척도표에 거의 대부분 '못한다'로 체크를 하면서도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소아과 검진 결과 '대근육, 인지, (특히)언어' 발달이 느리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돌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갔다.
참고로 울 아들은 태어나서 단 한번도 가족 외의 타인을 만난 적이 없다. (소아과 선생님은 제외~ ㅎㅎ)
내가 코로나 감염 걱정으로 한번도 밖에 데리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역시나 예상대로.. 사진사 아저씨와 사진관 직원들을 보자마자
무슨 외계 괴생명체를 본 것 같은 얼굴로 '으아아아아악!!!' 울어제끼기 시작했다 ㅋㅋ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얼굴이 시뻘개져서 아무리 달래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근데... 옆에 돌 사진을 찍고 있는 또 다른 10개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조금씩 징징거리긴 했지만 낯선 사람들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촬영이 끝나고 인사를 했더니 나와 아들을 보고 웃기도 하고, 장난감도 울 아들한테 내밀고,
내가 가장 충격 받았던 부분은.. 자기 엄마를 '엄마~'하고 부르며 옹알옹알 말도 하는 모습이었다!!
사진관을 가기 전까지 나는 발달검사지는 그냥 검사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이 나이에 이러는 애가 있어? 하는 의심과 함께...
그런데 그걸 실제로 하고 있는 아들 또래를 보니 '띵~~'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내가 그 동안 아이를 하루종일 집안에서 엄마랑 둘만 있게 가둬놓고 뭘 한거지? (물론 대부분 코로나로 이렇게 지내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코로나 무섭다지만... 이렇게 키워서 될게 아니라는 깨달음(?)이 퍼뜩 왔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나가서 사람을 보고, 또래 친구도 봐야 한다.
언택트? 중요하다. 근데 언택트 곧이곧대로 하다가 아이가 정글소년 모글리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개인 위생, 방역수칙 잘 지켜서 바깥을 보여줘야 겠다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큰 마음을 먹고 준비 단단히 해서 동네 키즈카페에 첫 발을 디뎠다.
(TMI. 코로나로 동네에 3개있던 키즈카페 중 2개가 결국 폐업했다고 한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키즈 카페 손님은 카페 주인 아주머니 딸 둘과 걔 친구들이 전부였다 ㅋㅋㅋ
아들이 첨에는 사진관에서 처럼 또 외계 괴생명체 만난 반응이었지만
1시간 남짓 누나 형아들이 노는 것을 구석에서 지켜보다가 점점 놀이 중심부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같이 놀자고 누나들과 주인 아줌마 옷도 잡아당기고, 모르는 사람들을 쫓아간다고 열심히 기어다니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부르기 위해 '아아' '아아'하며 소리를 냈다. (나는 이때 거의 울뻔 했다 ㅠㅠ)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사람을 안 만나고는 절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근데 울 아들은 완전히 그 원칙 밖에서.. 동떨어진 진공 상태로 엄마랑 장난감만 보며 생후 첫 12개월을 보내버렸다.
처음부터 이렇게 밖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 관계맺고 컸다면 .. 말이 늦었을까? 인지 발달이 늦어졌을까? (물론 알 순 없다)
키즈카페를 다녀오고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밤에 누워서도 베게가 흥건이 젖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 늦게까지 잠들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자꾸 눈물이 나는지, 지금도 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ㅠㅠ
상황에 대한 억울함과 아들에 대한 미안함 떄문일까?
감정이 너무 복받쳐 글이라도 써서 털어놓아야 진정이 될 것 같다.
아.. 제가 요새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ㅎㅎㅎ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