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수능 국어 25번 문제 논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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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능 국어 25번 문제 논란에 대해

정사열 0 166 1 0

매년 수능 문제들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요, 올해는 수능 국어 25번이 문제가 되고 있나 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11181925001

 

해당 지문에 대한 EBS 강의 해설과 수능 25번 문항의 해석이 다르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고전 문학 전문가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평가원에서는 한 가지 해석으로만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틀린 학생들은 EBS 강의를 믿고 문제를 풀었는데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항의하고, EBS 강사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었다고 항변하고, 평가원에서는 면밀한 검토 후 결과를 알려주겠노라 아직 판단을 유보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사실 모든 글(특히나 문학작품)에서 다양한 해석은 독자의 적극적 독서에 해당하는 바람직한 활동입니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이며 창의적인 활동이라고도 하지요. 이런 다양하고 창의적 해석이 가능한 지문을 하나의 정답이 있는 선택형 문제로 출제하면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기정 사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자유롭고 열린 읽기 활동이 반복적 기계적 암기 활동이 되도록 한다는데 교육적 폐해가 심각하지요.

 

EBS 연계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70%가 넘는 EBS 교재의 수능 연계율은 EBS 교재의 암기 여부가 수능 성적에 결정적이 되도록 합니다. 창의성과 추론 능력을 평가하고자 출발한 수능이 EBS 연계를 통해 암기 시험의 결정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수능 교재는 완성도가 교과서에 비해 훨씬 떨어집니다. 여기저기서 긁어 모으고 짜집기한 지문, 책임 소재가 불확실한 집필 단위와 검토 주체 등으로 오류가 무척 많은데도 수능 본 시험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누구도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적당히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 오류 투성이 EBS 교재를 70% 넘게 수능에 그대로 또는 변형하여 출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논란이 많았던 수능 문제들은 이와 같이 지구상에 전무후무한 이상한 메카니즘의 산물입니다.

 

영어과는 외국어 특성상 문제가 더 심각한 편입니다. 같은 글이라도 상황과 분위기, 독자의 상태, 배경지식, 사전 활동에 따라 해석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데, 짧은 지문으로 정확한 의미를 특정하여 적절한 응답을 추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간단치 않으며, 그래서 정답이 여러 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미 해당 지문에 대해 이미 선입견을 갖고 있는 출제자나 검토자가 그 지문을 처음 보는 수험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기는 힘들기 때문에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EBS 교재에 오류가 있던 문제들이 수능에 출제되면 수능 출제요원과 검토요원들조차 이것을 거르지 못하여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2015 수능의 영어 25번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41117/67943391/3

 

수능의 EBS 연계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영어과의 경우 EBS 교재에 있는 지문들의 해석만 읽어도 고득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영어 해석만을 공부하는 비교육적 상황에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한답시고 기존 지문을 변형하거나 더욱 어려운 지문을 찾아 냅니다. 그 결과 정합성과 일관성이 없는 이상한 지문이 만들어지거나 도저히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이 해석할 수 없는 지문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EBS 연계 수능이 수능을 암기력 테스트로 바꾸고, 암기력 테스트가 된 수능이 다시 지상에 없는 난이도의 수능 지문을 만들고, 그래서 더욱더 EBS 연계를 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올해도 수능 샤프 논란이 있었고, 억울하게 부정행위자가 된 학생도 생겼습니다. 시험 감독으로 다녀 온 아는 선생님 한 분은 자신은 듣지도 못했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고 수험생에게 강한 항의를 받았다며 어처구니 없어 합니다. 이렇게나 사소한 것들이 입시 당락을 좌우하는(좌우한다고 생각하는) 시험이 과연 공정한 것일 수 있는지 우리 모두 심각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정상을 지속하기 위해 변죽을 울리기를 반복하면 비정상이 질서와 문화가 되고 다음 세대는 그것이 정의와 법칙이 됩니다. 사회 여러 영역에서 한줄세우기를 통해 권력에 다가선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편협한 모습에서 우리 모두는 이미 그것을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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