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학교에서 달라진 것들

정사열의 영어 테크 라이프

코로나로 학교에서 달라진 것들

정사열 2 728 2 0

교복

 

일제시대 잔재인 저 칙칙하고 불편한 교복을 도대체 왜 비싼 돈들여 입을까, 참 궁금합니다.

한 때 교복이 없어진 적도 있지만 금방 다시 부활되었지요. 일제 군복 스타일에서 캐쥬얼 정장 스타일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활동적인 우리 아이들에게 불편하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교복이 바뀔 때마다 여러 학교에서 '교복 ** 위원'으로 활동하며 교복 회사와 공장들을 견학하고 운영위원들과 토론하여 가격이 합리적이고 튼튼하고 좋은 교복을 디자인하고 선정하는 일에 참 많이 관여했던 것 같습니다. 

 

청바지와 티셔츠면 훨씬 값싸고 편안할 수 있는데 왜 학부모, 학생, 교사 대다수는 교복을 버리지 못할까요? 학생다움(?), 소속감을 나타낼 수 있고, 아침에 학교갈 때 옷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사복을 사면 돈이 더 들고... 이런 이유도 있지만, 교복업체의 이권 유지와 이들이 뿌려대는 아이돌 교복 광고들이 기저에 숨어 있을 겁니다.

 

15년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1학년부장을 맡아서 교복을 생활복으로 바꾸는 일을 추진했었습니다. 교복을 심하게 변형하여 입고 다니는 아이들, 땀에 쩔어든 교복을 입고 하루종일 뛰는 아이들, 교복대신 체육복을 늘상 입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다 못한 교사들이 반바지와 티셔츠를 여름 교복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었죠. 그래서 스타일이 좋으면서도 땀이 잘 마르고, 구김이 없으면서도 질기고 신축성이 좋은 기능성 반바지 티셔츠를 교사, 학생, 학부모의 총의를 모으는 민주적 과정을 거쳐 결정했습니다. 당시에 교복업자들이 뜬금없이 항의방문하고 시위하고 민원넣고 해서 좀 황당하기도 했습니다만, 간편한 생활복으로 바꾸게 되어 무척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많은 학교에서 이런 형태의 옷은 교복 외에 별도로 '생활복'이라는 이름으로 추가 구입하더군요.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교복 변형을 일삼게 되었는데, 학생인권이 매우 중시되면서 직접적인 지도가 힘들어지고, 급기야 학교 책상에는 별도의 앞가리개판이 추가되는 현상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그토록 요지부동이던 교복에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리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등교할 때 체육복을 겸한 생활복만 입고 하루종일 생활하도록 했는데요, 바로 방역을 위해 탈의실 사용을 금지하고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간혹 전교생 중 한두 명이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오는 경우가 있지만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하루 종일 생활복 하나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변형된 교복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거나 벌점을 주어 관계를 악화시킬 일이 없어서 참 좋습니다. 

무서운 코로나가 다 지나가더라도 교복은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휴대폰

 

휴대폰을 걷느냐 안 걷는냐는 세계 어느 나라건 큰 논쟁거리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휴대폰을 가져오지 못하게 하거나 아침에 수거하여 보관하게 되었지요. 아이들의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이 심하고, 교사나 학생을 불법 촬영하고, 공부 시간에 딴짓을 한다는 둥 많은 부작용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휴대폰을 걷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재다능한 도구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면 그 효용성이 엄청나다는 점 때문이고요, 무엇보다 타율적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휴대폰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자주적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학교 구성원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휴대폰을 모두 수거하여 교무실에 보관하고 종례 시간에 다시 가져가 나눠줍니다.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은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벌점을 주고 1주일 이상 압수하기도 하며 관계를 크게 해치기도 하지요. 수업 중 활동에 활용하려고 하면 교무실에 들러 가방을 가져와 나눠주고 수업 마치면 다시 수거하여 갖다 놓아야 합니다. 그 와중에 휴대폰이 사라져 큰 돈을 변상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서는 휴대폰도 더이상 걷지 않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하루 종일 만지고 사는 휴대폰을 수거하고 나눠주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만,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큽니다. 뭐냐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서로 접촉하거나 뛰놀지 않고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더군요. 학생들의 이동이나 상호 접촉을 차단하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므로 매일매일 이것을 장시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울텐데요, 이때 휴대폰이 매우 큰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현재까지는 학생들이 휴대폰을 활용한 일탈행동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말도 잘 듣고 조용히 교실에서 대기하는 모습에 놀랄 정도입니다.

수업시간에도 휴대폰을 수시로 활용할 수 있고요, 안 쓸 때는 뒤집어 두라고 하면 지시대로 잘 하고 있어요. 

 

 

수업 지각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뛰놀거나 다른 반에 있다가 늦게 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요, 요즘은 그런 일이 전혀 없어 놀랍니다.

등교부터 하교까지 모든 교사가 각 학급을 밀착지도하기 때문이겠지요. 

쉬는 시간마다 우르르 화장실 몰려가던 아이들이 요즘은 화장실 가는 몇 명 외에는 모두 그냥 제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식당에 데려가서 식사후 다시 데려오니 수업 지각이 있을 수 없고요.

아주 엄격하고도 재원이 풍부한 사립학교나 귀족학교에서나 벌어질 일들이 우리학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있어서 마냥 신기합니다.

이런 밀착지도가 가능한 것은 순차 등교로 학생 수 대비 교사 수가 대폭 증가한 것에 기대는 바 클 것입니다. 

무조건 학생들을 무한정 돌보라고 무리한 지침만 내릴 것이 아니라, 이번과 같이 교사 대비 학생 수를 줄이는 구조적인 정책들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2 Comments
한심 07.24 11:48  
코로나가 미래를 앞당기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정사열 07.28 09:04  
맞아요.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인간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루지 못한 혁신을 끌어내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이 틈을 타고 오로지 기업 이윤만 극도로 추구하는 체제를 형성하는 것이 혁신인 것처럼 치장하고 들어올 수 있으니 그 점을 눈 부릅뜨고 경계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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